여묾 - 열어보는 일


2026.09.08. - 09.20.


보이지 않는 것이
안에서 천천히 여문다.


작가는 흙을 만지고,
선을 만들고, 굽히고, 감는 일을 반복한다.
같은 움직임이 거듭되
그 끝에 놓이는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작가가 닫은 자리에서
당신의 일이 시작된다.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가
손에 쥐고, 열어본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보이지 않던 안쪽이 드러나고,
향은 조금 늦게 도착한다.


벽에는 작가가 반복해온 시간이
선과 형태로 남아 있다.


테이블에서는 그 시간이
관람자의 손으로 이어진다.


같은 형태를 다시 바라보고,
반복해 열어보지만
손에 닿는 감각과 그 안에서 만나는 향은
매번 조금씩 다르다.


《여묾 — 열어보는 일》은

닫는 사람과 여는 사람이
하나의 행위를 나누어 갖는 전시다.


작가는 만들고 품어 닫는다.
관람자는 그 닫힌 형태를 받아
천천히 열어본다.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던 것이 비로소 감각이 된다.





경험 구조


도자 작업은 일반적으로 완성된 형태를 

눈으로 감상하는 방식으로 전시됩니다. 


《여묾 — 열어보는 일》에서는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객이 가까이 가고, 직접 열어보고, 만져보고, 

작업의 과정까지 따라가도록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테이블에는 뚜껑을 직접 열어볼 수 있는 작업을 놓고,
벽과 선반에는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선과 테스트, 기록을 함께 펼쳤습니다.


완성된 도자와 그 이전의 흔적을 분리하지 않고 

한 공간 안에 두어,
하나의 형태가 어떻게 시작되고 다음 형태로 이어지는지 

관객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를 충분히 둘러본 뒤에는 감상카드에

“열어본 뒤, 당신 안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바라보기 → 가까이 가기 → 열어보기 → 만져보기 

→ 과정 따라가기 → 기록하기


작품을 설명하는 대신,
관객의 행동을 통해 작업을 발견하도록 설계한 

도자 전시입니다.




○ 선을 따라 쓰기 — 작품 위에 남기는 기록


벽에 설치된 선 형태의 작업 일부에는
직접 글을 남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방식은 처음부터 계획한 참여 장치가 아니라,

설치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경험하면서 발견한 기획입니다.


설치 과정에서 선을 따라 문장을 적어보았습니다.

도자가 낯설었던 기획자가 종이가 아닌 재료 위에

직접 써보는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관객에게도 열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가에게 선 형태의 작업 일부를

하나의 기록 공간으로 사용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기획자와 작가가 먼저 선 위에 말을 남기고,
이후 관객도 전시를 보며 떠오른 말이나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이어 적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감상카드가 전시를 충분히 감상한 뒤 남기는 기록이라면,

선을 따라 쓰는 행위는 

작품 가까이에서 직접 경험하며 남기는 기록입니다.


전시가 시작될 때 완성된 하나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 기간 동안 여러 사람의 말과 흔적이 더해지며

조금씩 변화하는 장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

가까이 가고, 만지고, 따라 쓰며

관객의 경험이 다시 전시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 감상카드 — 열어본 뒤 남은 것을 기록하기


전시를 충분히 감상한 뒤
“열어본 뒤, 당신 안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합니다.


작성한 카드에는 ‘여묾’ 스탬프를 찍어
자신의 감상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여러 사람의 기록이 쌓이면서
작품을 열어보는 일에서 시작된 전시는
각자가 발견한 생각으로 다시 이어집니다.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감상은
다음 사람에게 건너가고,
전시를 본 경험은 서로 다른 사람 사이를 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