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쌓이는가


어느 날,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오래전에 전시에서 가져온 작은 리플렛을 발견했습니다.


언제 가져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펼쳐보니, 전시 글에 작게 밑줄이 그어진 흔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의 저는, 그 부분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 순간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의 흔적이 그런 방식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처음 본 순간일까요.


아니면 어느 날 문득,
이미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일까요.


좋아하는 것은 

생각보다 선명하게 시작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은 우연히 눈에 들어오면서,
어떤 것은 여러 번 마주치게 되면서.


처음에는 스쳐 지나가고,
다음에는 조금 오래 바라보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됩니다.

아, 나는 이것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좋아하는 것은 축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시를 만들면서도 그런 순간들을 자주 만납니다.


어떤 전시에서는 작은 책자를 자꾸 넘겨보게 되고
어떤 전시에서는 오브제를 오래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떤 문장은 노트에 적어두고 싶어지고,
어떤 장면은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 순간에는 잘 모르지만,
돌아보면 비슷한 것들이 반복해서 쌓여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비슷한 결의 작업.

비슷한 온도의 문장.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머물게 하는 장면.


그렇게 반복해서 끌리는 것들이
조금씩 자신의 감각을 만들어 갑니다.


좋아하는 것은 취향이 되기도 하고,
어떤 태도가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바라보는지,
어떤 질문에 오래 머무는지,
어떤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꼬메아미꼬 역시 그런 축적 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읽히는 전시를 고민하게 된 것도,
감상을 남기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작은 책과 기록물을 만들게 된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방향이 아니라
오랫동안 좋아해 온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전시를 만들 때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일만큼,
무언가가 조용히 쌓일 수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시를 나온 뒤 문득 떠오르는 장면 하나,

가방 속에 넣어온 작은 리플렛 한 장,

며칠이 지나도 남아 있는 문장 한 줄.


그런 것들이 천천히 마음속에 쌓여
언젠가 또 다른 질문이나 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아하는 것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개는 아주 작은 것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 만들어집니다.


어쩌면 전시도,
감상도,
그리고 한 사람의 취향도.

모두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