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접다, 감정을 품다
2026.04. 02. - 04.12.
감정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일일까요.
쉽게 말해지지 않는 마음을,
그림은 때로 사물의 형상으로, 때로 사람의 온기로 대신 전합니다.
이번 전시는 '감정'을 하나의 주제로 묶되,
그 감정을 대하는 두 작가의 서로 다른 태도와 방식에 주목합니다.
골드손의 그림에서 감정은
접힌 종이, 하트, 디저트와 같은 일상적인 사물 속에 머뭅니다.
그것들은 직접 말해지지 않은 마음이자,
조용히 보관되고 수납된 감정의 형상입니다.
골드손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사물의 형태에 조용히 맡깁니다.
감정은 사물로 치환되어 화면 안에 놓이고,
관객은 그 앞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음을 겹쳐 보게 됩니다.
임하경의 그림에서 감정은
인물과 인물 사이, 품과 포옹의 장면 속에서 드러납니다.
그것들은 상실과 공백의 시간을 지나,
다시 누군가를 안아보려는 마음의 움직임입니다.
임하경은 감정을 숨기기보다, 몸과 관계의 온기로 직접 품어냅니다.
어둠 속에서 서로를 감싸는 장면들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려는 태도이자,
회복을 향해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가 됩니다.
이 전시는 대립을 위한 전시가 아닙니다.
감정을 접어두는 방식과, 감정을 품어 안는 방식.
서로 다른 두 태도가 나란히 놓일 때,
우리는 감정을 다루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감정을 접다, 감정을 품다》는 그림이라는 언어를 통해
각자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 자리입니다.
작은 책자 03
보고 지나가는 전시가 아니라, 한 번은 생각하게 되는 전시.
이 전시는 감정을 다루는 서로 다른 두 작업을 연결하며,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떠올려보는
'읽히는 전시'를 지향했다.
전시마다 이어가고 있는 작은 책자는 그러한 생각의
흐름을 담아내는 하나의 기록이 되었다.
감정을 묻는 질문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도록 하나의 질문이 놓였다.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다루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관람객은 전시장에 비치된 질문 책자를 따라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짧게 적어볼 수 있었고,
이 질문은 전시를 보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마주하게 하는 방식이었다.